한창 백발에 가까운 탈색을 하고 공연하러 다니던 2014년. 나는 처음으로 곡을 만들었다. 자의적이었다기보단, 좋은 곡을 받아 앨범 낼 날을 기대하고 있던 공연 팀원들에게 당시 실장님은 각자 곡을 만들어 그 곡으로 앨범을 내보는 건 어떻겠냐며 이야기를 바꿔 버린 것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with you’라는 곡을 만들게 되었고, 우리는 그 후로 앨범은 발매하지 못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 팀원들은 차례차례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다.
당시 만들었던 노래는 결국 이후로도 음원으로 발매하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해 본 작곡은 생각보다 재밌고 흥미로웠다. 그 경험은 보컬만 꿈꿨던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곡을 만들고 음원도 발매하며 음악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작곡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 질문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여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좋음’의 기준을 계속 생각하며 잡아가고 있지만, 처음 몇 년간은 ‘좋음’의 기준을 ‘가사’와 많이 연관 지어 생각했고 나에게 ‘좋은 가사=유익한 가사’였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을 담을 수 있는 내용들, 순한 맛으로 전체 관람가일 수 있는 그런 가사들(물론 내가 가진 기본 감성은 아주 밝지 못했고, 당시 내가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느낌에도 한계가 많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담으려 노력한 만큼의 밝은 노래들이 나오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생긴 애로사항은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자작곡인데, 스스로의 기준에 오히려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자유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던 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노래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리드미컬한 리듬에 당시 나의 기준에 유익하지 못했던 가사들이 계속 나오는 노래에 몸을 흔들며 입으로는 가사를 따라부르며 기분을 풀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그 경험을 계기로 좋은 노래와 나쁜 노래의 기준을 단순히 가사의 무언가로 판단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곡들은 어떻게 그리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가깝게는 수년이지만, 멀게는 수십 년이 지난 곡들도 있는데 말이다. 단순히 내용이 좋은 가사, 유익한 가사가 기본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유익’이 아닌 ‘공감’이 포인트였다. 만들어질 당시의 상황과 환경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그때의 마음이 지금의 마음과 통한 것이다. 결국 음악은 이야기를 말함으로 마음을 전하고 서로의 마음을 맞닿게 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사랑하고,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억울하고, 행복한 그 모든 감정이 담겨 있는 것. 인간은 서로 너무 다른 듯하면서도 너무 비슷한 존재들이니까 서로 사는 시간과 환경, 모습은 천차만별일지라도 그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그래.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은 결국은 경험이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다. 먼저는 내가 가사에 진실되어야 하겠지만, 그 가사가 당신의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당신의 이야기도 되어야 하니까.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방법에 따라 그 의도가 잘 전달되기도 하고 오해되기도 하듯 음악도 마음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중요하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어떠한 이야기로 전할지, 장르는 무엇으로 할지, 리듬, 템포, 악기의 종류, 음향 효과, 보컬의 가창 등 하고 싶은 말이 정해지고 나면 그 후에 더해질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방법이 된다. 근래에 나는 하고 싶은 말만큼이나 어떻게 말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방법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한다.
음악을 하는 동안 삶에 대한 기준이 변하지 않는 순간이 올까 싶다. 아마도 좌로 우로 앞뒤로 정신없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그 과정 중에 그때그때 표현되는 음악이 나의 순간순간의 마음과 생각의 단면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그 단면에 우리가 맞닿는 부분이 있기를 바란다. 문득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진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알고 나면 당신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 다음주에 신곡 발매되는 봉한울(05또래)